
브리즈번에서 기차를 타고, 또 한참을 버스로 달렸다. 그렇게 도착한 허비베이는 처음부터 조용했다. 관광지로 알려진 골드코스트나 케언즈처럼 북적이지도 않고, 누군가 ‘꼭 가봐야 할 곳’이라고 소개할 법한 명소도 눈에 띄지 않았다. 그런데도 이 도시는 이상하리만큼 나를 편하게 맞아줬다.
처음 이곳에 머무른 건 우연이었다. 번아웃 직후였고, 시끄러운 것보단 바람 소리가 들리는 동네를 찾고 싶었다. 여행자보단 체류자에 가까운 마음으로 온 덕분에, 나는 허비베이를 빠르게 둘러보지 않았다. 그 대신 한적한 해변에서 며칠을 멍하니 앉아 있었고, 지역 마트에서 장을 보고, 단골 커피숍을 하나씩 만들어갔다.
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, 이 도시는 ‘보여줄 것’보단 ‘살게 할 것’이 많다는 점이다. 예를 들어, 이스트 게이트 주변의 작은 중고책방은 관광지도에 나오지 않지만, 지역 사람들의 시간 감각이 녹아 있는 공간이었다. 웨트사이드 워터파크 옆 벤치에 앉아 있으면, 관광객보다는 산책 나온 가족들과 눈이 더 자주 마주쳤다.
나는 이 공간에 허비베이라는 도시가 가진 ‘조용한 지속성’을 기록해두고 싶다. 단기 여행보다 오래 머물며 하루하루를 살아보는 이들에게, 실용적인 정보와 분위기 모두가 필요하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.
현지 아파트 렌트 조건, 장보기 좋은 요일, 바다거북을 만날 수 있는 계절 같은 정보는 인터넷 어딘가엔 있겠지만, 지역 안에서 살아본 사람이 풀어내는 이야기만이 갖는 결이 있다.
바람은 늘 동쪽에서 불어오고, 해는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기운다. 허비베이에서는 그 느린 감각이 매일을 조금씩 바꾼다. 그 변화의 단서들을 차곡차곡 담아보려 한다.